Thursday, January 24, 2013

퀜틴과 율리시즈의 몰리 블룸

198쪽 "응 응 응 응"에 대한 질문에 대해 좀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질문 댓글에 달아드린 답변 내용에 대한 보충 설명입니다.

(...) 넌 내가 집에 있다고 생각했지 그 빌어먹을 인동덩굴이 있는 곳의 그네를 삼나무를 비밀스런 격동을 맞물린 호흡을 생각하지 않으려 하며 그 흥분된 호흡을 마시며 그 긍정의 말 응 응 응 응 (198:16-18)
(...) you thought I was in the house where that damn honeysuckle trying not to think the swing the cedars the secret surges the breathing locked drinking the wild breath the yes Yes Yes yes (149:4-7)

지난 여름에 있었던 일이 퀜틴의 의식에 흘러듭니다. 그것은 실제로 있었던 일일 수도 있고 단순히 퀜틴의 상상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런 문장부호가 없는데, 이것은 퀜틴의 의식이 그만큼 흐려져 있음을 나타냅니다.

여기에 제임스 조이스의 기법이 활용되었습니다. 포크너가 조이스의 영향을 받기는 했지만 전작을 규정지을 정도는 아닙니다. <소리와 분노>에서 성공적으로 접목되기는 했지만, 이전에는 그런 영향을 받은 흔적이 없고 이후로도 거의 없습니다. 서술에 내면의 독백을 쓰는 기법은 수시로 단일 인물의 머릿속을 드러내보일 수 있어서 작가 유연하게 작품을 구성하도록 해주기도 하지만 여러 인물들의 머릿속을 교차시켜 보여주기도 합니다. 버지니아 울프의 <댈로웨이 부인>은 한 좋은 예입니다.

"그 긍정의 말 응 응 응 응"은 "the yes Yes Yes yes"에 대한 번역입니다. 왜 "긍정의 말"을 삽입했는지는 댓글에서 말씀드렸습니다. 그래도 대문자로 시작하는 Yes 가 있는데, 그건 왜 그러냐는 의문은 남습니다. 그건 조이스의 <율리시즈  Ulysses> 본문을 봐야 알 수 있습니다. 

<율리시즈>의 마지막 "페넬로페" 편은 Yes로 시작해서 yes가 아닌 Yes로 끝납니다. 먼저 <율리시즈>의 해당 본문을 소개합니다.


Yes because he never did a thing like that before as ask to get his breakfast in bed
. . .
and then I asked him with my eyes to ask again yes and then he asked me would I yes to say yes my mountain flower and first I put my arms around him yes and drew him down to me so he could feel my breasts all perfume yes and his heart was going like mad and yes I said yes I will Yes.


이에 대한 동영상을 한번 감상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동영상의 독백은 위에 알려드리는 "and then" 조금 전부터 시작합니다.




조이스는 'yes'는 "여성의 말"이며, 소극적인 승인, 저항의 끝을 가리킨다고 했습니다.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인다는 것, 긍정을 나타냅니다. 퀜틴이 몰리 블룸의 긍정, "그 긍정"을 자기 것으로 독백한다는 것은 극적인 아이러니입니다. 포크너는 yes가 아닌 Yes를 씀으로써 몰리의 독백을 패러디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페넬로페 편이 yes가 아닌 Yes로 시작해서 Yes로 끝날 뿐더러 <율리시즈>라는 위대한 소설 전체가 바로 그 긍정의 말 Yes로 끝나는데, 성sex을 부정하는 퀜틴이, 몇 시간만 있으면 자살할 퀜틴이 자기가 엿본 삼목나무 숲 그네의 환희의 장면을 '긍정'한다는 것은 대단한 아이러니인 것입니다. 보통명사를 대문자로 시작하는 용법이 의미하는 바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 경우에는 humorous한 제스쳐를 의도한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독자는 "the yes Yes Yes yes"에서 "the"를 보고 그것이 무언가를 가리킨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문학을 조금 알고 의식의 흐름을 의식하고 <율리시즈>를 읽은 독자라면 그게 몰리의 독백에서 나오는 것임을 알아차릴 수 있겠지만, 번역으로는 그러기가 불가능할 것입니다. 번역 텍스트에서 그런 점을 암시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그 긍정의 말"이라고는 했지만, 사실은 어림도 없는 시도였습니다. 주석으로 보충해서 다뤘으면 더욱 좋았을 것입니다. 

마릴린 몬로가 망중한, <율리시즈>를 읽고 있습니다. 끝 부분인 것을 보니 위의 동영상 부분을 읽고 있는 듯합니다. <율리시즈>, 어렵기만 할까요? 저는 언젠가는 이해하기 쉬우며 '육중'하지 않은 <율리시즈>를 번역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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