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July 11, 2013

이 소설에 관하여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 주세요. 이메일도 좋습니다. 그러면 함께 생각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Friday, March 1, 2013

한번 잡년은...

제이슨 섹션은 다음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한번 잡년은 영원한 잡년이다. 이게 나의 지론이다. 
Once a bitch always a bitch, what I say.

여기서 "bitch"를 '창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bitch에는 그런 뜻이 없습니다. "창녀"라는 말을 하고 싶었으면 이런 문맥에서 whore 라는 말이 가장 일반적이며 포크너는 whore를 썼을 것입니다. 어쨌든 bitch에는 창녀prostitute라는 뜻이 없습니다. 여기서 bitch는   '음란한 여자, 몸이 헤픈 여자(promiscuous woman)'를 뜻합니다. 또한 '심술궂은 여자, 악의에 찬 여자, 마음씨가 나쁜 여자(malicious, spiteful woman)'를 뜻할 수도 있습니다. 이 말은 진리인 것 같습니다.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그렇게 되지는 않습니다. 원래 그랬지만 잘 드러나지 않다가 어느 순간에 발각나는 것뿐이지요. 그런 점에서 볼 때 화자 제이슨은 여성혐오자misogynist이지만 일반적인 인간성에 대한 어떤 통찰력은 있는 것 같습니다.

한글에서 잡년은 행실이 나쁜 여자를 뜻합니다. 잡년과 개년을 놓고 저울질하다가 결국은 잡년으로 정해 번역했습니다. '개년'은 좀 센 것 같았습니다.
(지금 다시 번역하면 '화냥년'이라고 하겠습니다만.)

여기서 쓰이는 뜻 말고, bitch는 '암캐'부터 시작해 '어렵거나 유쾌하지 않은 무엇'을 뜻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That job is a bitch. 라고 하면 '그 일은 지긋지긋해.'라는 말입니다. 이 외에 비슷한 뜻이 몇 개 있지만 '창녀'라는 뜻은 없습니다. 

Once a bitch always a bitch, what I say. = Once a bitch, always a bitch. That's what I say. 

이 문장은 제이슨의 내면의 독백입니다. 내면적 독백은 계속되다가 어느 불분명한 순간에 실제 대화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때로는 격하기도 한 내면적 독백은 인용부호 없는 대화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여기서는 엄마와의 대화로 이어집니다. 제이슨은 강박적으로 지껄이는 습성이 있습니다. 속으로 하는 말인지 입밖에 내어 중얼거리는 것인지 항상 분명하지는 않습니다. 

여기서 제이슨이 말하는 bitch는 일차적으로 조카 퀜틴입니다. 그러나 제이슨 섹션 나중에 가면 알아차릴 수 있듯이 엄마도 포함되고, 더 나아가 모든 여자들, 특히 정숙한 척하는 모든 여자들이 다 포함됩니다.


추한 인간

일견 동정이 가기도 하지만 제이슨은 인간의 추악한 면을 잘 드러냅니다. 인생사가 자기 생각이나 계획대로 안 된다는 것도 잘 보여줍니다. 
나는 말하기를 이것으로 분명히 봤겠지, 누나, 누나가 나를 묵살하고 내 일자리를 날려 보내고 무사하지 못하리라는 걸 이제 알겠지. (273:15-16) 
I says I reckon that'll show you. I reckon you'll know now that you cant beat me out of a job and get away with it. (205:10-12)

자신의 행적을 뒤돌아볼 줄도 모르고 한 치 앞도 못 내다보지요.

Wednesday, February 20, 2013

삼 일. 삼 회.

삼 일. 삼 회. 제이슨 리치먼드 콤슨 부부 (125:1) 
Three days. Times. Mr and Mrs Jason Richmond Compson (93:24)

"Times"에는 Three가 없는데 왜 "삼 회"라고 했는지 의아해하시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또 "삼 일"이든 "삼 회"든 숫자 3이 무엇을 말하는 건지 이해하기 힘드시리라 짐작됩니다. 먼저 의미부터 생각해보겠습니다.




사실 "삼일. [삼] 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삼 일” 만에 부활한 예수를 생각하고 하는 말일 수도 있고 예수가 베드로에게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는 성서구절을 떠올리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습니다.




또한 “물에 빠져 죽는 사람은 세 번[삼 회] 수면에 떠오른 다음에야 완전히 가라앉는다는 민간 신앙”을 생각하고 하는 말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분명히 무엇이라고 하나로 확정할 수 없는 구절입니다.

"삼 일"이라고 하고 '날'이 아닌 '횟수'로 금방 고쳐 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삼 회"라고 말하려고 했다가 "삼 일"이라고 하고 금방 고쳐서 말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캐디의 결혼식에 참석하러 집에 내려가서 3일 동안 있었던 일을 상기했다가 자신의 죽음을 가리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삼 일. 회回."라고 번역하려고 했다가 원문보다 훨씬 더 어색해서 "삼 회"라고 했습니다. 위와 같은 사항들이 작의의 범위에 속한다면 그렇게 번역해도 작의가 크게 손상될 것 같지 않았습니다. "삼 회"는 125쪽 7줄에도 나옵니다. 그리고 나중에 두 번인가 더 나옵니다.



Monday, February 18, 2013

영국의 더 폴리오 서사이어티에서 작년에 소리와 분노14시간대를 각기 다른 색으로 구별하며 출간했습니다. 처음에 저도 눈여겨보고 구매 충동이 일어났지만 망설였는데, 가격이 한화로 약 38만원인 한정판 1480부가 금방 팔려나가 품절입니다. 이것으로 읽으면 읽기가 더 좋을까요?



Sunday, February 17, 2013

캐디의 나무와 사탄



버시가 가서 캐디를 나무 속 첫째 가지까지 올려주었다. 우리는 캐디의 속바지 흙 묻은 엉덩이를 구경했다. (53:18-20) 
He [Versh] went and pushed Caddy up into the tree to the first limb. We watched the muddy bottom of her drawers. (39:13-15)



위에 인용한 구절 몇 줄 내려가면 54쪽 3줄에서 다른 시간대가 끼어듭니다. 그리고 인용한 구절은 60쪽 18줄 "캐디한테서 나무 냄새가 났다."에서 계속되는데, 거기서 딜지가 와서 "어이 사탄아, 거기서 내려와."라며 캐디를 부릅니다. 한편 51쪽 마지막 줄에 보면 "집 밑에서 뱀이 한 마리 기어나왔다"고 하죠. 그런데 제이슨은 "자기는 뱀이 무섭지 않다"고 합니다. 제이슨 섹션을 읽으신 독자는 6살짜리 어린 제이슨의 미래의 성향을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 

“흙 묻은 엉덩이”는 10대에 캐디에게 일어날 일을 예고하는 상징입니다. 캐디가 기어오르는 나무는 배나무이지만, 뒤에 딜지가 캐디를 “사탄”이라고 부른 점과 앞서 “집 밑에서 뱀이 한 마리 기어 나왔다.”는 것에 비추어 구약성서의 에덴동산의 구도가 암시되어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캐디의 딸 미스 퀜틴이 2층 창을 통해 이 나무를 타고 내려와 남자를 만나고 결국은 같은 경로로 도망치게 된다는 점도 흥미롭죠?

Saturday, February 16, 2013

그러는 것은 예수보다 더 많은 상처를...

234쪽의 20줄 "그리고 아버지가"부터 그 단락이 끝날 때까지 퀜틴은 아버지와의 긴 대화를 나눈 기억에 깊이 침잠합니다. 아무런 문장 부호 없이, 그리고 대문자를 써야 할 자리에 대문자를 쓰지 않고, 화자를 식별하는 대명사를 대문자가 아닌 소문자로 씁니다. 자살하는 날, 퀜틴의 무의식 속 깊은 곳에서 나오는 이 부분에서 퀜틴의 근친상간 고백이 서술되지만, 본문에 뚜렷한 언급은 없어도 지금까지 우리가 본 바로는 그게 허위 고백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한편 저자인 포크너는 근친상간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확실히 말한 바 있습니다. 이 단락에서 일부분을 인용하겠습니다. 지시관계를 혼동할 독자가 있을 것 같아서입니다.

아버지가 [...] 한 달 정도 메인 주에 가 있어도 좋아 그럴 돈이 있으니까 검소하게 지내기만 하면 말이야 돈을 쓰기 전에 잘 생각해서 쓰는 법을 연습하는 것도 유익할 거야 그러는 것은 예수보다 더 많은 상처를  낫게 했느니라 하기에 내가 제가 거기에 가서 다음주나 다음달에 제가 깨달았으리라고 아버지가 생각하시는 것을 깨닫는다면 하니  (236:21-237:3) 
you might go up into maine for a month you can afford it if you are careful it might be a good thing watching pennies has healed more scars than jesus and i suppose i realise what you believe i will realise up there next week or next month (178:11-16)

"그러는 것은"은 돈을 슬기롭게 쓰는 습관을 가리키지 않습니다. 메인 주에 휴양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236쪽 8줄에 "최후의 도달점"이라는 말이 있죠? 원문은 "the final main" 입니다. main에는 여러 의미가 있습니다. '주요 부분'이나 '목적'을 의미하기도 하고 '싸움'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final main"은 "최후의 도달점", 즉 '죽음'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 "main"은 위에 인용한 maine, 즉 메인Maine주와 발음이 같지요. 퀜틴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휴양하라며 메인주에 가서 좀 지내라고 하지만 의도치 않게 그것은 죽음을 암시하게 됩니다. 그리고 퀜틴은 결국 자살하지요. 그 것을 알고 "다음주나 다음달에..."라고 하는 퀜틴의 회상 독백을 읽으면 가슴이 아픕니다.





Thursday, February 14, 2013

캐디의 결혼, 벤지의 목소리.

오늘은 퀜틴이 과거에 침잠하는 부분을 살펴보겠습니다. 퀜틴 섹션에서 처음으로 서체의 변화로 과거를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바야흐로 신부의 달이니, 그때 그 목소리가 내쉰 것은 캐디가 곧바로 거울 밖으로, 가득 쌓인 꽃향기 밖으로 뛰어나갔다. 장미꽃. 장미꽃. 제이슨 리치먼드 콤슨 부부가 결혼식이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신부는. 장미꽃. 그것은 산딸나무꽃, 밀크우드꽃 같은 처녀가 아니러라. 내가 말하기를 제가 죄를 지었으니 근친상간을 했습니다, 아버지, 하였다. 장미꽃. 엉큼하고 차분하여라. (103:8-14) 
The month of brides, the voice that breathed she ran right out of the mirror, out of the banked scent. Roses. Roses. Mr and Mrs Jason Richmond Compson announce the marriage of. Roses. Not virgins like dogwood, milkweed. I said I have committed incest, Father I said. Roses. Cunning and serene. (77:21-26)

"그때 그 목소리가 내쉰 것은"의 "그 목소리"는 벤지의 목소리입니다. (주석으로 달 걸 그랬습니다.) 퀜틴의 기억 속에 누이동생의 결혼식(1910년 4월 25일)과 벤지의 "목소리"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나중에 나오지만 그날 벤지가 울부짖었기 때문이지요.

"[에덴 동산에] 내쉰 그 목소리는"이라는 결혼식 때 부르는 찬송가가 있는데, 그날 그런 찬송가의 기억과 벤지의 목소리가 뒤섞여 연상된 것으로 보입니다.

"banked scent" 는 글자 그대로 하자면 "둑을 쌓듯 쌓아 올려진 향기"라는 것인데 일반적이지 않은 비유법을 쓰고 있습니다. 실내에 꽃이 가득하고 또한 그 향기가 가득하다는 것이 그렇게 일종의 환유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콤슨 부부가 결혼식이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신부는." 에서  "신부는." 이 원문에는 없죠? 이것은 "announce the marriage of." 에서 영어로는 "of " 의 목적어가 뒤에 생략되는 것을 알 수 있지만 한글에서는 그런 구문을 표현할 길이 없어, 뒤에 예상되는 "신부는 [캐디 콤슨입니다.]" 을 넣어 해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퀜틴 섹션에서 시간 이동은 벤지 섹션처럼 구분이 뚜렷하지 않습니다. 대개는 글자 색깔(원문은 이탤릭체로)이 신호가 되지만 그렇지 않은 곳들도 있습니다. 색깔이 변하는 곳은 그렇지 않은 데보다 더욱 깊이 과거에 침잠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럴 때마다 구문이 좀 난해해질 수 있습니다. 과거에 침잠한다는 것은 현재 주변을 의식하지 못하고 의식이 흐려지는 것인데, 그런 상태에서 생각하는 과거를 정확한 문법과 인과가 논리정연한 문장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지요. 그런 상태에서는 문법이 흩어져 화자인 퀜틴은 서술의 통제력을 상실하는 것인데, 그것을 그런 형식으로 나타내는 것입니다.


산딸나무꽃, 밀크우드꽃은 각각 dogwood, milkwood 입니다. 밀크우드는 흰색 asclepias variegata 를 말하는데 적절한 번역어가 없어 밀크우드로 음역했습니다. 두 가지 모두 처녀성의 상징인 흰색 꽃을 피우지요. 정열과 관능을 상징하는 바로 앞의 “장미꽃”과는 대조적이죠? 





퀜틴이 아버지에게 "근친상간"을 했다고 고백합니다. 실제 고백한 것인지 고백을 상상한 것인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자인 포크너는 퀜틴이 아버지에게 그 [거짓] 고백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Tuesday, February 12, 2013

퀜틴과 시간

벤지 섹션을 다 읽고 그가 세상을 받아들이는 감각에 익숙해진 듯한 순간 우리는 퀜틴 섹션으로 넘어갑니다. 퀜틴 섹션은 벤지 섹션과는 다른 세상입니다. 다른 형식의 난점을 보이기도 합니다.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독자들에게도 난해하기로 악명이 높습니다. 번역은 오히려 그보다는 한결 쉬어졌다고 생각되지만 몇 군데 설명이 필요할 것입니다.

퀜틴 섹션 첫 페이지를 열자마자 시계가 나오고, 시간이 나옵니다. 첫 문장에서 퀜틴은 "나는 또다시 시간 안에 있는 것(then I was in time again)"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역으로 시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자의식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단락의 나머지 내용은 대체로 평이한 교훈적 내용을 퀜틴은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 단락으로 후반부에 이르면
고독한 빛줄기를 따라 걷고 있는 예수가 보일지도 모르거니와, 마치 그것은. 
Like Father said down the long and lonely light-rays you might see Jesus walking, like.
이라는 부분에서 독서의 눈길이 멈칫할 수 있습니다. 고독한 빛줄기? 그것을 따라 걷고 있는 예수? "마치 그것은."? 문장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마침표가 있네? 하고 말입니다.

“고독한 빛줄기를 따라 걷고 있는 예수”는 어려서부터 보아온 흔한 예수 그림일 수 있습니다. 그것이 퀜틴의 머릿속에 기억되어 있다가 시간의 깊이와 관련해서 자기도 모르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떠오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러자 그는 그것을 무엇엔가 비유하려고 하려는지 “마치 그것은" 하고는 거기서 그냥 끝납니다. 아마도 비유를 생각하려다 생각 나는 게 없는지, 아니면 다른 생각이 끼어들어 그 생각이 끊긴 듯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 단락을 보면 또 걸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창틀 그림자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나는 거의 일 분도 틀리지 않고 몇 시인지 익히 알 수 있기에 창틀을 등지고 돌아누워야 할 것이다. 그것이 위에 있을 때 동물의 눈이 머리 뒤에 있었다면 느꼈을 근질거림을 생각하면서. (102:14-17) 
But the shadow of the sash was still there and I had learned to tell almost to the minute, so I'd have to turn my back to it, feeling the eyes animals used to have in the back of their heads when it was on top, itching. (77:4-8)


상당히 난해한 구문입니다. 햇빛이 드리우는 창틀의 그림자 위치로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있는 퀜틴은 창틀에 등을 돌리고 눕지만 머리에 비치는 그림자의 느낌으로 시간을 추측하는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리라는 생각을 합니다. 시간을 잊으려고 하지만 그럴수록 더 시간에 집착하는 퀜틴의 정신 구조가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feeling the eyes animals used to have..." 은 정확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단정짓기 어려운 구문입니다. 그 어떤 포크너 학자의 자료를 찾아봐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번역한 것은 문맥상 가장 그럴 법하다고 여겨지는 이해에 준한 것입니다. 



 



Saturday, February 9, 2013


날이 제법 춥지만 오늘은 강을 찾아 하루를 보냈습니다. 소싯적에는 겨울을 좋아해서 닥터 지바고의 설원에서의 생활을 동경했는데 이제는 따뜻한 곳을 동경하게 됩니다. 이번 겨울에는 평생 입지 않던 속바지마저 처음으로 입었습니다.

너와 나 우리 둘 (156:9)
강을 굽어보며 퀜틴을 생각했습니다. 저절로 생각이 났습니다. 그가 찰스 강에 몸을 던져 자살해서 그랬을 겁니다. 퀜틴 섹션 번역에 가장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기도 했고요. 나머지 세 섹션 번역하는 시간 모두를 합한 것보다 더 오래 걸린 것 같습니다. 강을 굽어보며 개울가를 생각했고 퀜틴이 내려다본 강을 생각했습니다. 이 블로그의 배경도 물입니다. 퀜틴 때문에 일부러 이런 배경을 쓴 것입니다. 퀜틴이 이렇게 독백합니다.

... 내 그림자가 물 위에 납작하게 기대어 있다.... 그림자를 물속에 넣어 지워 없애도록 그림자가 익사할 때까지 붙들어둘 수 있는 게 있으면 좋으련만... [물 위의] 부서진 그림자의 파편들은 반쯤 물에 잠겨 바다로, 동굴로, 바다의 그림 같은 동굴로 흘러나가며 정화되고 있었다. (120쪽)
...my shadow leaning flat upon the water... if I only had something to blot it into the water, holding it until it was drowned... debris half submerged, healing out to the sea and the caverns and the grottoes of the sea. (90)

캐디한테서 나무 냄새가 났다.

돌아오는 길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황혼 너머에서 굽이굽이 흐르는 강물 냄새가 나더니 깨진 거울 조각들처럼 간석지에 비치는, 반듯이 누운 평온한 마지막 햇빛이 보였다. 그리고 그 너머의 불빛들이 희부연 맑은 공기를 뚫고 보이기 시작하더니 먼 곳에서 날아다니는 나비들처럼 파르르 떨었다. (226:10-14) 
I could hear the curves of the river beyond the dusk and I saw the last light supine and tranquil upon tideflats like pieces of broken mirror, then beyond them lights began in the pale clear air, trembling a little like butterflies hovering a long way off. (170:14-18)


퀜틴 섹션에 수수께끼 같은 부분들이 많죠? 그럴 만한 곳을 제가 차차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알쏭달쏭한 구절이 있으시면 주저하지 말고 질문해주세요. 제가 아는 한 최대한 답해 드리겠습니다.

Friday, February 8, 2013

도랑의 뼈: 중첩된 인상.

이 책을 읽은 지인들이 간혹 질문을 합니다. 오늘 받은 질문은 아래에 인용하는 단락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검은 도랑에 덩굴이 있었는데, 그 도랑에서 뼈들이 둥그렇게 나와 달빛과 합쳐졌다. 그 모양들이 일부 멈추어 있었다. 그러더니 그 모양들이 모두 멈추었고 어두워졌고, 내가 멈추었다가 다시 시작하려 했을 때 엄마 소리가 들렸고 또 발이 빨리 걸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또 냄새가 났다. 그러고 나서 그 방이 왔지만 내 눈이 감겼다. 나는 멈추지 않았다. 그 냄새가 났다. 티피가 침대보 핀을 풀었다. (47:7-12)
The bones rounded out of the ditch, where the dark vines were in the black ditch, into the moonlight, like some of the shapes had stopped. Then they all stopped and it was dark, and when I stopped to start again I could hear Mother, and feet walking fast away, and I could smell it. Then the room came, but my eyes went shut. I didn't stop. I could smell it. T. P. unpinned the bed clothes. (33:31-34:5)


1910년 퀜틴이 자살한 뒤의 일입니다. 바로 이 전의 단락은 1900년 다머디 할머니가 죽었을 때의 에피소드입니다. 그런데 이 단락으로 넘어오며 시간대가 바뀌었어도 서체의 변화가 없지요. 벤지 섹션에서 그런 신호가 없이 시간 이동이 일어나는 몇 안 되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아마도 앞선 단락과의 관계가 너무 밀접하고 어둠 속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1910년이면 벤지는 15살 때이죠. 아마도 5살 때의 일과 15살 때의 일이 성인인 벤지의 머릿속에는 같은 시기로 느껴진다는 것을 표시하려는 장치일 것입니다. 티피의 나이는 벤지와 비슷합니다. 티피가 나오는 걸로 봐서도 벤지가 청소년기라는 것을 알 수 있죠.

“뼈들이 둥그렇게 나와 달빛과 합쳐졌다"고 하는데, 이것은 허옇게 드러난 뼈가 발하는 부연 인광이 발하는 빛이 그 주변에 둥그스름하게 형성되는 모양일 것입니다. “모양들이……멈추어” 있다는 것은 벤지가 좋아하는 난로의 불길처럼 그게 움직이지 않고 정적임을 인식하는 말이겠습니다. “그 모양들이 모두”는 벽난로의 불일 수도 있고요. 그 난로의 문이 닫히거나 하여 갑자기 시야가 차단되어 “어두워”졌을 때 “다시” 울기 “시작”하는 순간의 기억과 집안이 어수선한 기억이 겹치며, 엄마가 사용하는 캠퍼 약 “냄새”도 어우러집니다. 여러 감각의 인상들이 밀집해 있는 단락입니다.



Thursday, February 7, 2013

벤지와 거울

벤지는 종종 거울을 통해 사물을 바라봅니다. 거울에 비친 사물을 봅니다. 거울에는 프레임이 있지요. 우리는 벤지의 세상이 프레임, 즉 틀이 둘린 제한적인 세상임을 알 수 있습니다. 소설이 시작할 때 "울타리fence"로 시작하는데, 그것 역시 같은 메타포입니다. 오늘 소개할 본문은 1928년 4월 7일 현재입니다. 벤지는 해가 기울어 어둑해질 무렵 서재로 갑니다.


우리는 서재로 갔다. 러스터가 등불을 켰다. 창문이 검어졌고 벽의 키 큰 어두운 자리가 왔고 나는 가서 그것을 만졌다. 그것은 문과 같았으나 문이 아니었다. (81:1-3)
We went to the library. Luster turned on the light. The windows went black, and the dark tall place on the wall came and I went and touched it. It was like a door, only it wasn't a door. (61:1-4)

땅거미가 질 무렵, 실내가 어두웠을 때 바깥을 보면 여명 때문에 창문 밖이 보이지요. 그러나 불을 켜면 갑자기 바깥이 어둡게 보이는데, 벤지는 그 현상을 "창문이 검어졌고"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벽의 키 큰 어두운 자리"는 "키 큰" 거울이 걸려 있던 자리입니다. 방에 불을 켜기 전에는 보이지 않던 자리가 왔으며”는 “키 큰” 거울이 걸려 있던 “자리”가 불이 켜지자 눈에 띄는 것을 "키 큰 어두운 자리가 왔으며”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벤지에게 세상의 중심은 벤지 자신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구문이죠? 그 자리, 키 큰 거울이 걸려 있던 자리는 문처럼 보였지만 문이 아니라고 합니다. 

Wednesday, February 6, 2013

벤지의 거세

오늘 이 부분과 관련 출판사와 얘기할 일이 있었습니다. 내친김에 해당 본문의 거세에 대해 생각해보겠습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이 푸엔테스, 마르케스, 스타이런 등의 작가들과 가진 만찬석상에서 책 이야기가 나오자 그대로 벌떡 일어나 "벤지의 독백"을 줄줄 암송한 일이 있었다는 포스트를 얼마 전에 올렸습니다만, 그게 어떤 부분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제 추측으로는 이 포스트에서 다루는 단락임이 분명합니다.

벤지의 누나 캐디는 1910년 4월 25일에 결혼합니다. 그녀 나이 18살 때의 일입니다. 그러니까 그때 벤지는 15살입니다. 캐디가 결혼해서 집을 떠나고 난 뒤의 일입니다. 벤지는 캐디가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올 때쯤이면 대문으로 캐디를 마중나가곤 했는데 이제는 마중나가도 누나는 더 이상 오지 않는 것이죠. 무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막연한 상실감이 자리잡게 됩니다. 그러나 벤지는 그게 누나 캐디가 없어서 그런 것인지 알지 못합니다. 그 시간만 되면 본능적으로, 습관적으로, 대문으로 가는 것입니다. 대문은 잠겨 있습니다.

이 날도 벤지는 대문으로 나갑니다. 여학생(버제스의 딸)이 누나가 그랬듯 하교길에 집앞을 지나갑니다.  여학생들에게서 캐디의 모습을 보았는지, 무엇 때문인지 모르지만 집 밖으로 나갑니다. 공교롭게 문이 잠겨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벤지는 도망가는 여학생을 쫒아갑니다. 벤지가 무엇을 하려는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여학생을 범하려 했는지 그냥 팔뚝만 잡았는지 모르지만 여학생은 비명을 지릅니다. 벤지는 무언가를 말하려고 합니다. 그게 무엇인지는 본문에 나타나 있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그 환한 모양들이 멈추기 시작했고" 벤지는 무엇에선가 "빠져나오려" 합니다. 여학생의 비명을 듣고 온 어른들에 의해 맞아 쓰러졌을 거라고 상상할 수 있습니다.

갑자기 장면이 바뀝니다. 실신했다가 수술대에 누운 것으로 보입니다. "환한 모양들"은 수술대 위의 밝은 조명등일 것이며, 벤지는 마취시키기 위해 코와 입에 대려는 것을 "떼어내려" 합니다. 그렇지만 그는 곧 마취되고 그 "환한 모양들이" 다시 움직이고 있습니다. 마취에 취해 의식을 잃어가는 상황에 대한 벤지의 독백은 마치 꿈 속에서 절벽으로 떨어지며 하늘의 불빛이 소용돌이 치는 것을 보는 듯합니다. 이 벤지의 독백은 매우 중요합니다. 아름다운 구문이지만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본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대문을 열었고 그들은 멈추더니 돌아섰다. 나는 말하려고 했다. 말하려 하며 그녀를 잡았고 그녀는 비명을 질렀다. 나는 말하려 하고 또 말하려 했는데 그 환한 모양들이 멈추기 시작했고 나는 빠져나오려 했다. 나는 그것을 얼굴에서 떼어내려 했지만 그 환한 모양들이 다시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은 언덕 위 그것이 갑자기 떨어져나온 곳으로 올라가고 있었고 나는 울려고 했다. 하지만 숨을 들이쉬었는데 숨을 내쉬지 못해 울지 못했다. 그리고 언덕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했는데 언덕에서 환하고, 빙빙도는 모양들 속으로 떨어졌다. (71:1-8)
I opened the gate and they stopped, turning. I was trying to say, and I caught her, trying to say, and she screamed and I was trying to say and trying and the bright shapes began to stop and I tried to get out. I tried to get it off my face, but the bright shapes were going again. They were going up the hill to where it fell away and I tried to cry. But when I breathed in, I couldn't breathe out again to cry, and I tried to keep from falling off the hill and I fell off the hill into the bright, whirling shapes. (53:6-15)



그리고 벤지는 성인이 되어 1928년 4월 7일 현재 거울에 비친 자신의 벗은 아랫도리를 보고 형언할 수 없는 깊은 상실감을 어쩔 줄 몰라 하며 우는 것입니다.

내 옷이 다 벗겨졌고 나는 나를 바라보고 울기 시작했다. 조용히 해, 러스터가 말했다. 그거 찾아도 아무 소용 없어. 없어졌다구. (97:1-2)
I got undressed and I looked at myself, and I began to cry. Hush, Luster said. Looking for them aint going to do no good. They're gone. (73:30-32)


가슴 아픈 에피소드입니다.

알라딘에 "강물은 평화로우며 물살은 세니 작별인사는 없으리라"는 제목의 좋은 독자 리뷰가 올라왔습니다. 캐롤라인 부인을 한 가족의 비극의 원인으로 보십니다. 정말 여러 번 정독하신 분인 듯합니다. 놀랍습니다. 저는 다른 번역본들은 읽어보지 않았습니다. 서점에 나가 벤지 섹션 처음 한두 페이지 읽어보고 참고할 필요를 느끼지 못해 사지도 않고 덮고 말았습니다. 정성껏 리뷰해주신 분께 감사드립니다.

이 소설은 엄마라는 존재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해주기도 합니다. 가사는 돌보지 않고 허구한 날 징징거리는 엄마, 한 자식만 편애하는 엄마, 자격지심에 신세 한탄만 하는 엄마, 가족의 안녕보다는 남의 이목에 신경쓰는 엄마, 이런 엄마들은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있죠. 콤슨 부인과 같은 엄마들. 징징거리는 엄마는 남편과 자식들의 의식에 독소인 것이죠. 이 독소는 오랜 세월에 걸쳐 알게 모르게 가족의 의식을 잠식하고 유대를 침식시켜 결국은 가족을 해체시킨다는 것. 그런 보편적인 스토리를 간파할 수만 있어도 대단히 성공적인 독서입니다.

Tuesday, February 5, 2013

퀜틴 섹션 시간대

퀜틴 섹션에는 크게 다섯 시간대가 섞여 있습니다.

(1) 1910년 6월 2일: 퀜틴이 하버드 대학에 재학 중인 현재.

(2) 1910년 4월: 캐디의 결혼식 당일과 하루나 이틀 전의 에피소드.

(3) 1909년 8월: 톨턴 에임스 에피소드, 캐디의 처녀성 상실, 캐디와 퀜틴의 개울가 에피소드, 퀜틴과 아버지의 대화.

(4) 1901년에서 1906년 사이 불분명한 시점: 나탈리와의 에피소드

(5) 1900년: 다머디의 죽음. 개울가에서 노는 아이들과 벤지의 이름 변경 에피소드.

퀜틴은 위와 같은 현재와 네 시간대가 서로 뒤섞이는 마지막 날을 서술합니다.

피츠제럴드와 포크너


『위대한 개츠비 The Great Gatsby 』의 저자 F. 스콧 피츠제럴드(1896-1940)의 4번째 소설 Tender is the NIght (1934)은 제가 각별히 좋아하는 소설로서 그의 불행한 결혼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텍스트의 역사도 그의 개인사만큼이나 복잡해서 조심스런 접근을 필요로 합니다. 원고만 해도 3종이고, 초고는 17종이나 됩니다. 게다가 책은 두 가지 다른 형태로 출간되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아직 집필 중인 소설을 정신병이 있는 아내 젤다가 모방해 몰래 출판사에 보내 출간한 Save Me the Waltz 라는 작품이 또 있어서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듭니다. 이 모든 원고들은 프린스턴 대학교의 도서관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피츠제럴드는 포크너와 동시대 작가지만 작풍은 전혀 다릅니다. 그러나 한 가족의 불행과 그 원인을 고찰했다는 점에서 (또 콤슨 부부의 불행한 결혼 생활이 자식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그렸다는 점에서) 『소리와 분노』를 생각해보면 피츠제럴드와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소리와 분노』를 우리와는 이질적인 '미국 남부 사회의 몰락'이라는 '거대담론'으로만 들여다보며 그것만 내세우면 영원히 생소할 것이며, 더욱 어렵기만 할 것입니다. 그건 부분적인 이해일 뿐입니다. 이 작품에 대한 충실한 독법이 아닙니다. 형식과 작법은 달라도 두 소설 모두  매우 아름답고 여운이 긴 작품입니다.

포크너가 『소리와 분노』가 어려우면 세 번이고 네 번이고 읽으라고 했지만, 그것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곤란합니다. 그것은 기존의 스토리 위주의 평면적 소설을 대하는 독법을 잠시 버리고 새로운 자세로 읽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만큼 노력을 기울이라는 말입니다. 일종의 실험 소설이니까요. 그런 포크너도 나중에는 자기의 작품을 독자에게 친절히 설명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지요. 벤지 섹션보다 헷갈리기 쉬운 퀜틴 섹션은 몇 군데만 짚고 보면 훨씬 쉬워질 것입니다. 벤지 섹션 시간대 구분 작성을 완료해 올렸으니 앞으로 시간 나는 대로 그런 부분들을 짚어 포스트로 올리고 독자의 질문에도 답하도록 하겠습니다.

피츠제럴드와 젤다









Monday, February 4, 2013

벤지 섹션 시간대 구분 완료.


벤지 섹션 시간대 구분  (문학동네 번역본 기준)

(1) 9쪽/1줄 - 11쪽/2줄: 현재, 1928년 4월 7일. 벤지 33세, 러스터 17세.
(2) 11/3 - 11/111908년 12월 23일.
(3) 11/12 - 13/16: (2)와 같은 날이지만 조금 앞선 시간. *글씨 색이 검은색으로 바뀌었어도 시간대의 이동은 없습니다. (2)의 갈색글씨는 시간이 이동함을 나타내고 검은색 글씨로 돌아와도 그 시간대가 계속됩니다.
(4) 13/17 - 13/19: (1)과 연결.
(5) 13/20 - 16/17: (3)과 연결. *이 중간에 "자 가만 있어"와 "자 발을 쿵쿵 디뎌봐"는 과거 속의 과거입니다. 배경에서는 버시와 엄마가 말을 하고 있는데, 그와 동시에 벤지의 머릿속에 또 다른 시간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입니다.
(6) 16/18 - 16/20: (4)와 연결.
(7) 16/21 - 20/211912-13년. 묘지 가는 길. 퀜틴은 1910년에, 콤슨 씨는 1912년에 사망했습니다. 두 부자는 나란히 묻혔습니다.
(8) 20/22 - 21/3: (6)과 연결.
(9) 21/4 - 22/8: (5)와 연결.
(10) 22/9-181908년 봄 혹은 여름.
(11) 22/19 - 26/21: (8)과 연결. "들어갔다"까지 (마침표는 없는 것임) "그리고"는 갈색.
(12) 26/21 - 29/21900년, 다머니의 장례, 개울가, 캐디의 진흙 묻은 속옷 엉덩이.
(13) 29/3-10: (11)과 연결.
(14) 29/11 - 30/11: (12)와 연결.
(15) 30/12-13: (13)과 연결.
(16) 30/14-20: (14)와 연결.
(17) 30/21 - 33/111910년 4월 25일, 캐디의 결혼식.
(18) 33/12 - 40/4: (16)과 연결.
(19) 40/4 - 41/81910년 6월 2일, 퀜틴의 자살.
(20) 41/9-111912년, 제이슨 리치몬드 콤슨 (아버지) 사망.
(21) 41/12 - 42/14: (19)와 연결.
(22) 42/14 - 45/10: (20)과 연결.
(23) 45/11: (21)과 연결.
(24) 45/12-16: (22)와 연결. 아버지 사망 관련 종결.
(25) 45/17-20: (15)와 연결, 1928년4월 7일.
(26) 45/21 - 46/12: (18)과 연결, 1900 다머디 장례.
(27) 46/13-161905년, 로스커스 사망.
(28) 46/17-19: (26)과 연결.
(29) 46/20 - 47/2: (27)과 연결, 로스커스 사망 종결.
(30) 47/3-6: (28)과 연결.
(31) 47/7 - 49/11(19)에서 연결, 1910년 6월 2일, 퀜틴 사망 종결.
(32) 49/12-14: (25)와 연결.
(33) 49/15 - 51/11: (30)과 연결, 1900 다머디 장례.
(34) 51/12-22: (17)과 연결, 1910년 4월 24일, 캐디의 결혼식.
(35) 51/23 - 52/3: (33)과 연결.
(36) 52/4-7: 캐디의 결혼식, (34)와 연결.
(37) 52/8-17: (35)와 연결.
(38) 52/18 - 53/4: 캐디의 결혼식, (36)과 연결.
(39) 53/5 - 54/3: (37)과 연결. *이 부분은 예외적으로 서체가 바뀌지 않는데도 시간이동이 일어납니다.
(40) 54/4 - 55/10: 캐디의 결혼식, (38)과 연결.
(41) 55/11 - 58/71906년, 캐디의 향수, 캐디가 벤지와 함께 딜지에게 향수를 주는 에피소드.
(42) 58/8 - 60/18: (~방이 검어졌다.) 1908년 12월 23일, 패터슨 씨에게 맞아 멍든 모리 삼촌의 눈.
(43) 60/19 - 62/11: 1900년 다머디 장례식 날, *캐디의 흙 묻은 속옷 에피소드.
(44) 62/12-14: 1928년 4월 7일, 현재.
(45) 62/15-221908-10, 캐디와 찰리.
(46) 62/23 - 63/11928년 4월 7일, (44)와 연결.
(47) 63/2-3: (45)와 연결.
(48) 63/4-51928년 4월 7일, (46)과 연결.
(49) 63/6 - 65/6: (47)과 연결, * 캐디와 찰리 에피소드 종결.
(50) 65/7 - 68/201928년 4월 7일, (48)과 연결.
(51) 68/21 - 71/81910년, 캐디 결혼, 벤지의 거세 종결.
(52) 71/9 - 74/19: 1928년 4월 7일, (50)과 연결.
(53) 74/20 - 75/41900년 벤지의 개명改名
(54) 75/5 - 76/10: 1928년 4월 7일, (52)와 연결.
(55) 76/11 - 76/16: (53)과 연결.
(56) 76/17 -77/16: 1928년 4월 7일, (54)와 연결.
(57) 77/17 - 78/12: (55)와 연결.
(58) 78/13 - 81/7: 1928년 4월 7일, (56)과 연결.
(59) 81/8 - 81/20: (57)과 연결. *중간에 서체가 바뀌었지만 시간 이동은 없는 예외적인 부분 중 한 군데.
(60) 81/21 - 82/2: 1900년 다머디 장례식 계속.
(61) 82/3-19: 1900년 벤지의 개명. (57)과 연결.
(62) 82/20 - 83/6: (60)과 연결.
(63) 83/7 - 86/20: 1900년 벤지의 개명, (61)과 연결.
(64) 86/21 - 87/91928년 4월 7일, (58)과 연결.
(65) 87/10-121900년 벤지의 개명, (63)과 연결.
(66) 87/13-181928년 4월 7일, (64)과 연결.
(67) 87/19 - 88/51908-09, *캐디의 처녀성 상실.
(68) 88/6 - 89/61928년 4월 7일, (66)과 연결.
(69) 89/7 - 90/61908-09, 캐디의 처녀성 상실, (67)과 연결.
(70) 90/7-81900년 벤지의 개명, (65)와 연결.
(71) 90/9-22: (69)와 연결.
(72) 90/23 - 91/91900년 벤지의 개명, (70)과 연결.
(73) 91/10-171908-09, *캐디의 처녀성 상실 종료.
(74) 91/18 - 92/31928년 4월 7일 현재, (68)과 연결.
(75) 92/4-181900년 벤지의 개명, (72)와 연결.
(76) 92/19-22: (74)와 연결.
(77) 92/23 - 93/31900년 벤지의 개명, (75)와 연결.
(78) 93/4-5: (76)과 연결.
(79) 93/6-91900년 벤지의 개명, (77)과 연결.
(80) 93/10-11: (78), 현재.
(81) 93/12: (79), 개명.
(82) 93/13-15: (80), 현재.
(83) 93/16-17: (81), 개명.
(84) 93/18-23: (82), 현재.
(85) 94/1-2: (83), 개명.
(86) 94/3-6: (84), 현재.
(87) 94/7-9: (85), 개명.
(88) 94/10-12: (84), 현재.
(89) 94/13 - 95/5: (85), 1900년 *벤지의 개명 종료.
(90) 95/6 - 18: (84), 현재.
(91) 95/19 - 96/11: 1900년 다머디 장례식, (43)과 연결.
(92) 96/12-20: (90), 현재.
(93) 96/21 - 97/1: (91)과 연결.
(94) 97/2-13: (92), 현재.
(95) 97/14 - 98/23: 1900년 다머디 장례식, 93)과 연결. *** 벤지 섹션 끝.
소리와 분노를 원서와 함께 읽으셨다는 어떤 학부모님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외고에 다니며 SAT 준비를 하는 아들과 함께 읽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분이 "이렇게 훌륭한 미국문학을 한글로 옮겨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라고 하셔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분은 또한 SAT 권장 독서 리스트에서 빠진 책 두 권을 알려주시며 그것들도 번역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헨리 로스의 Call It Sleep (1934) 과 제임스 에이지(혹은 '애지')의 Death in the Family (1957) 라는 소설입니다. 전자는 초기 포크너 비평가로도 잘 알려진 어빙 하우가 사장되다시피한 것을 발굴해 널리 알려지게 된 작품입니다. 청소년들에게 유익한 작품들일 뿐더러 SAT 권장도서인데 번역이 안 되어 있다고 하니 좀 의아스럽습니다. 하긴, 이런 소설들 말고도 번역되지 않은 명작들이 의외로 많기는 합니다. 한국은 번역문학의 표피가 얇습니다.

Henry Roth

James Agee



Saturday, February 2, 2013

문장부호의 부재와 벤지, 그리고 캐디

그만하지 않으면 내가 어떡할지 알지. (10:13)
If you dont hush, you know what I [am] going to do. (4:10)

울타리 너머의 골퍼들이 공을 치고는 "캐디"(caddie)를 부르고 공이 날아간 방향으로 멀리 이동합니다. 그들이 소리쳐 부른 "캐디"는 벤지를 자극합니다. 그래서 끙끙거리며 어쩔줄을 몰라 합니다. 그의 누나 캐디(Caddy)와 소리가 같기 때문입니다. 벤지는 누나 캐디가 18년 전에 결혼해서 집을 떠나고 없는 줄 모릅니다. 단지 막연한 상실감이 "캐디"라는 소리와 함께 그의 존재를 장악해버리는 것입니다.

러스터는 이런 벤지를 보고
"그만하지 않으면 내가 어떡할지 알지[?]" 
라며 깐죽댑니다. 이 번역은
YOU know what I going to do.
라고 하여 you 에 강세를 두고 말하는 번역입니다. 그러나
you know what I going to DO[?]
라고 하여 do 를 올려 읽으면
"그만하지 않으면 내가 어떡할 줄 알아[?]"
라고 번역해야 합니다.

벤지는 남의 말을 인용해도 그게 무슨 말인지 모릅니다. 들리는 대로 기록할 뿐입니다. 그게 의문문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모든 문장은 일률적으로 마침표로 끝납니다. 모든 문장은 문법적으로 '평등'합니다.

벤지가 화자話者로서 서술하고 있지만, 사실 그는 언어를 사용하는 게 아닙니다. 벤지는 독자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의 머릿속에서 밀려다니는 것은 '기억'이 아닙니다. 그저 눈에 비치는 '영상'일 뿐입니다. 그것을 포크너가 살짝 들여다보고 대신 서술해주는 것입니다. 이것을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과 혼동하면 안 됩니다.



『소리와 분노』블로그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도 꾸준히 찾아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좀더 자주 올려야지 하면서도 제가 그간 『소리와 분노』를 번역하느라 쌓아두기만 하고 읽지 못한 책들을 읽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그중에 한국에는 알려지지 않은 미국의 어떤 여류작가의 단편소설집이 너무 재미있어서 거기에 빠져 있습니다. 

그래도 하루에 한 포스트는 올리려고 합니다. 한편 벤지 섹션 시간대 구분도 매일 조금씩이라도 작업해서 마저 올릴 것입니다. 그런 다음에 벤지 섹션과는 달리 시간대 구분이 매우 불분명한 퀜틴 섹션을 집중적으로 다룰 생각입니다. 

(*문학이란 게 독자가 읽고 나름대로 이해하면 그것으로 족하겠습니다만, 좋은 작품에는, 특히 그것이 고전이라면 - 오랜 시간을 두고 쌓인 어떤 '이해의 궤도orbits'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  궤도를 살펴보는 건 그 나름대로 적잖은 의미가 있습니다. 어떤 작품에 대한 세미나나 토론을 할 경우라도 일정 궤도를 숙지한 다음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의견을 형성하는 것이죠. 또한 특정 작품에 대한 시험을 본다면 그런 궤도에 정통해야 합니다. 시험 출제자가 그런 배경에서 문제를 내니까요. 그래서 어느 정도는 안내가 필요한 것입니다.)

Friday, February 1, 2013

골프공과 balls

어쩌면 저 사람들의 공을 찾을지도 몰라. (10:16)
Maybe we can find one of they balls. (4:14)

잃어버린 은전을 찾지 못하고 있는 러스터는 개울가로 가서 찾아볼 생각을 합니다. 개울가에서도 은전을 찾지 못할 경우 골퍼들이 잃어버린 골프공을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계산을 합니다. 그러면 그것을 은전(25센트)을 받고 골프 치는 사람에게 팔려는 속셈이지요.

벤지가 거세당한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면 독자는 이 "balls"라는 말에 '골프공' 이상의 암시적 의미가 의도되었음을 알게 됩니다. '배짱'(balls)이 없는 콤슨가의 남자들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they balls 에서 they 는 형용사로서 those 또는 the 의 의미로 쓰입니다. Maybe we can find one of those balls. 라는 것이죠. '공을 주을 수 있을지도 몰라.' 라고 번역해도 좋습니다.



Thursday, January 31, 2013

알라딘에 독자의 좋은 리뷰가 올라왔습니다. 며칠 전에 제게 초장에 대해 질문을 했던 분입니다. 그 질문에 답을 했습니다만, 그 리뷰에 제가 초장에 대해 좀더 설명하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댓글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selly08 님의 리뷰, 잘 읽어봤습니다. 아주 꼼꼼하게 읽고 잘 쓰셨습니다. 'pasture=초장'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가지신 점, 높이 삽니다. selly08 님은 알고 계시지만, 다른 독자분들에게 참고가 될까 하여 제 블로그에도 설명을 조금 했지만, 여기서 조금 더 설명을 드릴게요. 
 
남부의 농촌 사람들은 가축 치는 벌판을 meadow 라고 하지 않습니다. pasture 라는 단어는 주제와 관련해서도 중요합니다. 벤지의 유산인 '초장'은 퀜틴의 학비를 대기 위해 처분됩니다. 그리고 초장은 골프장으로 바뀝니다. 하지만 selly08 님이 제의하는 그 "초원"(grassy land = 방목장cow pasture = pasture)은 벤지에게는 변함없이 "초원", "초장"(번역은 "목초지")입니다.  
이 pasture 라는 단어가 갖는 사회적 의미는 방목장=초원=초장이 골프장이 됨으로써 전원적인 남부의 농촌이 급속히 변하고 있음을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상징적인 의미는 시편 23 의 양치기에 대한 상징입니다. "He [The Lord] maketh me to lie down in green pastures." 벤지는 고대 히브리 전통 의식에서 어린양이 희생되는 것처럼 가족의 '희생양'이 됩니다. 죄를 지은 건 가족인데 거세당하는 건 벤지입니다. 하지만 딜지는 벤지를 주님의 어린아이, "어린 양"으로 봅니다. 이처럼 기독교 복음이 글에 얽혀 있어 작중 인물들의 삶과 의식의 일부분을 이룹니다. 이에 대한 각주를 상세히 달았어야 했는데 해설에서 짧게 언급하는 데 그치게 되어 유감이기는 합니다.  
아무튼 selly08 님이 잘 읽고, 정성껏 리뷰를 올려주셔서 저자는 아니지만 역자로서 감사드립니다. ^^

Wednesday, January 30, 2013

침대에서 『소리와 분노』...를?

After or before?

벤지 섹션 첫 단락 문체 분석

벤지 섹션 첫 단락을 마저 살펴보겠습니다.
Through the fence, between the curling flower spaces, I could see them hitting.
울타리 틈 구불구불한 꽃 자리 사이로 그들이 치는 게 보였다.
종속절에 대해서는 먼젓번에 살펴봤습니다. 나머지 주절의 동사를 보겠습니다. 타동사 hit 는  독자로 하여금 '무엇'을 친다는 것이지, 하고 생각하게 합니다. '치는', 혹은 '때리는' 행위의 대상, 즉 목적어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없습니다. "그들이 치는 게 보였다." 그런데 '무엇을' 치는 게 보였다"는 것이지? 하고 갸우뚱하게 됩니다.

그러고는
그들이 깃발 있는 데로 오고 있었고 나는 울타리를 따라갔다.
They were coming toward where the flag was and I went along the fence.
라고 합니다. '깃발 쪽으로'(toward the flag)라고 하지 않고 "깃발 있는 데로"(where the flag was)라고 이상하게 말합니다. 먼젓번 포스트에서 언급했듯이, 이것을 보면 벤지의 경우 시야, 시계가 사물에 우선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에
러스터가 꽃나무 옆 풀 속에서 뒤지고 있었다.
Luster was hunting in the grass by the flower tree.
라고 합니다. 무엇을 "뒤지고"(hunting) 있는지 또 목적어가 없습니다.
그들이 깃발을 뽑았다. 그리고 그들이 치고 있었다. 그러더니 그들이 깃발을 도로 놓고 테이블로 갔다. 그리고 그가 치고 딴 사람이 쳤다.
They took the flag out, and they were hitting. Then they put the flag back and they went to the table, and he hit and the other hit.
이쯤되면 골프가 뭔지 아는 독자라면 hit 의 목적어가 없어도 벤지의 서술이 골프 치는 사람들에 대한 것임을 알아챌 수 있습니다. 작은 골프공이 보이지 않아도 골프채를 휘두르는 동작으로 우리는 그들(골퍼들)이 무엇을 치는지 알 수 있지만, 벤지의 눈에 그것은 그저 어떤 동작일 뿐, 그들이 왜 그러는지 알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는 짐작할 수 있습니다. 벤지가 세상을 보는 눈은 우리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he hit and the other hit" 은 정상적으로는 'he hit and so did the other' 라는 구문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으로 봐서 벤지가 '새new 정보'와 '구old 정보'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에
그러더니 그들이 계속해서 갔고, 나는 울타리를 따라갔다.
Then they went on, and I went along the fence.
라는 문장이 나오는데, 이것은 교육 받은 화자라면
Then, as they went on, I went along the fence.
라고 하여
그런 다음 그들이 계속해서 가서 나도 울타리를 따라갔다. 
라고 썼을 것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종속절과 주절을 사용해서 두 절의 논리적 연결을 분명히 해줍니다. 주절에 무게가 실리도록 하지요. 하지만 벤지는 등위접속사 and 를 써서 단문을 나란히 배치시킵니다. 어떤 절이든 똑같이 취급됩니다. 어떤 한 절이나 문장에 특별한 무게가 실리지 않습니다.

이상과 같이 벤지는 합리적인 문장, 텍스트를 구성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새로운 정보와 이미 알고 있는 정보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 어떤 동작의 인과관계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마치 벤지의 감각기관에 형성되는 인상들이 그의 머릿속에 어떤 초보적인 정보들로 배치되는 순간 그것을 '엿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되기도 합니다. 일종의 '원시적'인 관점이지요.

우리는 교육과 관습에 길들여져 세상을 바라보는 데 사용하는 어떤 범주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통해 눈이나 귀에 들어오는 '정보'를 의식적 또는 무의식저긍로 분류하고 이해하지만, 벤지에게는 그런 '범주'가 없습니다.

동사도 단순과거형이 대부분이며 부사는 장소와 관련된 부사 외에는 거의 쓰이지 않습니다. 이와 같은 제약 때문에 우리는 습관적으로 동원하는 독서 습관이나 지식을 유보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벤지 섹션에 연동해야 합니다. 그럴 경우 벤지는 우리에게 언어를 새롭게 보는 눈을 가르쳐줄지도 모릅니다.

일단 이처럼 벤지 섹션의 첫 단락을 이해한 다음, 위와 같은 특징들을 염두에 두고 벤지 섹션을 읽어나가면 벤지 섹션에 보다 효과적으로 몰입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시간대를 옆에 자세히 구분해나가고 있지만 크게 청소년 러스터, 버시, 티피가 등장하는 장면으로 크게 분류만 해서 읽으셔도 작품을 감상하는 데 지장은 없습니다.



소리와 분노 관련 만화


Tuesday, January 29, 2013

벤지 섹션 첫 단락 문체 분석

소설의 제일 처음, 벤지 섹션 첫 단락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대부분의 독자들에게 이 첫 단락이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Through the fence, between the curling flower spaces, I could see them hitting. They were coming toward where the flag was and I went along the fence. Luster was hunting in the grass by the flower tree. They took the flag out, and they were hitting. Then they put the flag back and they went to the table, and he hit and the other hit. Then they went on, and I went along the fence. Luster came away from the flower tree and we went along the fence and they stopped and we stopped and I looked through the fence while Luster was hunting in the grass. 

첫 문장에서 between the curling flower spaces 는 비정상적인 구문입니다. 이것을 고쳐 쓰면  between the spaces separating the flowers 가 되겠고, 이것을 다시 정상적인 구문으로 고치면 between the flowers 가 됩니다. '꽃 사이로'가 아니라 '꽃과 꽃 사이의 구불구불한 공간 사이로'가 된 것입니다. 번역은 '공간'이라고 하지 않고 '자리'라고 하여 조금이라도 추상적인 개념이 들어가는 것을 피했습니다. 이런 구문은 벤지의 인식이 사물 자체보다 그 사물이 들어가고 나오는 시야, 또는 시계가 우선한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그래서 첫 문장부터 번역도 원문처럼 의도적으로 어색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런 문장들은 뜻밖에도 시에 접근하기도 합니다.

인용 단락의 나머지 구문은 다음에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Monday, January 28, 2013

개츠비와 포크너

번역본 408쪽의 눈 그림이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못슨에서 [눈]을 떼지 마십시오." (408:10-11)
"Keep your [eye] on Mottson," (311:17)



본문에 [눈] 대신 삽입된 '눈 그림'이 무엇을 가리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두 가지 의견이 있습니다.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1925)에서 황무지를 굽어보는 검안의 닥터 에클버그 광고판의 눈이라는 John M. Howell 의 의견이 있습니다. 또 다른 의견은 그리스 신화의 테이레시아스와 관계가 있습니다. Mottson 의 Mott 는 작은 숲을 의미하는데, 에덴 동산에 대한 상징이라는 것입니다. "eye"는 "I"와 소리가 같아서 "I" 즉 "나"라는 자아의 자만심, 방종을 버려야 에덴 동산에 돌아갈 수 있음을 암시한다는 것입니다.


Mottson 이 '모트슨'이 아닌 "못슨"이라고 표기되었는데, 편집에서 국립국어원 기준에 따라 고쳐진 듯합니다. 사실 't'발음이 나는데도 'ㅅ' 으로 표기되어야 하는 이유는 - 다른 많은 외래어 표기도 마찬가지지만 - 별로 달갑지 않습니다. 외래어 표기법은 문제가 많습니다. 

Sunday, January 27, 2013

"나는 또다시 시간 안에 있는 것이다." (101:2)





I was in time again. "나는 또 시간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초고 번역)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퀜틴에게 ‘시간 안’(in time)에 있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in time”은 “때맞춰, 머잖아”라는 관용구로 쓰이지 않습니다. 인간은 탄생과 함께 시간 안으로 들어오지요. 퀜틴은 이 시간을 벗어나기 위해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입니다. 잠에서 깨어 자신이 아직도 시간 안에 있음을 자각했다는 첫 문장에서 퀜틴의 자살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벤지 섹션 처음부터 구문 분석에 들어가려 했는데 제가 좋아하는 일러스트레이터 Peggy Nille의 시계에 관한 애니메이션이 있어서 잠시 앞서갔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세요. 퀜틴과 캐디가 연상되지 않나요? 물론 이 소설을 생각하고 만들어진 건 아니지만요. 

Saturday, January 26, 2013

빌 클린턴 대통령과 벤지


1995년 여름 마사스 비니어드에 있는 윌리엄 스타이런의 집에서 만찬이 벌어졌습니다. 그때 책 이야기가 나오자 카를로스 푸엔테스가 윌리엄 포크너의『압살롬, 압살롬!』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빌 클린턴 대통령이 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소리와 분노』에 나오는 벤지의 독백 일부를 크게 암송했다고 합니다. 그 자리에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즈도 참석했습니다. (이 일화는 미출간이지만 제가 번역한 이디스 그로스먼Why Translation Matters 에 나옵니다.)

클린턴 대통령이 암송했다는 벤지의 독백이 어떤 부분이었을까요? 저는  그게 어떤 단락인지 짚히는 데가 있습니다. 여러분도 한번 생각해보세요. 벤지 섹션에 가슴 아프지만 감동적인, 아름다운 독백들이 있습니다. 


오른쪽 칼럼에 시간대를 구분해 올리고 또 질문에 답해드리느라고 아직 본격적으로 못 하고 있는데, 본문 구문 분석은 시간이 나는 대로 차차 올리겠습니다. 

Thursday, January 24, 2013

퀜틴과 율리시즈의 몰리 블룸

198쪽 "응 응 응 응"에 대한 질문에 대해 좀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질문 댓글에 달아드린 답변 내용에 대한 보충 설명입니다.

(...) 넌 내가 집에 있다고 생각했지 그 빌어먹을 인동덩굴이 있는 곳의 그네를 삼나무를 비밀스런 격동을 맞물린 호흡을 생각하지 않으려 하며 그 흥분된 호흡을 마시며 그 긍정의 말 응 응 응 응 (198:16-18)
(...) you thought I was in the house where that damn honeysuckle trying not to think the swing the cedars the secret surges the breathing locked drinking the wild breath the yes Yes Yes yes (149:4-7)

지난 여름에 있었던 일이 퀜틴의 의식에 흘러듭니다. 그것은 실제로 있었던 일일 수도 있고 단순히 퀜틴의 상상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런 문장부호가 없는데, 이것은 퀜틴의 의식이 그만큼 흐려져 있음을 나타냅니다.

여기에 제임스 조이스의 기법이 활용되었습니다. 포크너가 조이스의 영향을 받기는 했지만 전작을 규정지을 정도는 아닙니다. <소리와 분노>에서 성공적으로 접목되기는 했지만, 이전에는 그런 영향을 받은 흔적이 없고 이후로도 거의 없습니다. 서술에 내면의 독백을 쓰는 기법은 수시로 단일 인물의 머릿속을 드러내보일 수 있어서 작가 유연하게 작품을 구성하도록 해주기도 하지만 여러 인물들의 머릿속을 교차시켜 보여주기도 합니다. 버지니아 울프의 <댈로웨이 부인>은 한 좋은 예입니다.

"그 긍정의 말 응 응 응 응"은 "the yes Yes Yes yes"에 대한 번역입니다. 왜 "긍정의 말"을 삽입했는지는 댓글에서 말씀드렸습니다. 그래도 대문자로 시작하는 Yes 가 있는데, 그건 왜 그러냐는 의문은 남습니다. 그건 조이스의 <율리시즈  Ulysses> 본문을 봐야 알 수 있습니다. 

<율리시즈>의 마지막 "페넬로페" 편은 Yes로 시작해서 yes가 아닌 Yes로 끝납니다. 먼저 <율리시즈>의 해당 본문을 소개합니다.


Yes because he never did a thing like that before as ask to get his breakfast in bed
. . .
and then I asked him with my eyes to ask again yes and then he asked me would I yes to say yes my mountain flower and first I put my arms around him yes and drew him down to me so he could feel my breasts all perfume yes and his heart was going like mad and yes I said yes I will Yes.


이에 대한 동영상을 한번 감상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동영상의 독백은 위에 알려드리는 "and then" 조금 전부터 시작합니다.




조이스는 'yes'는 "여성의 말"이며, 소극적인 승인, 저항의 끝을 가리킨다고 했습니다.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인다는 것, 긍정을 나타냅니다. 퀜틴이 몰리 블룸의 긍정, "그 긍정"을 자기 것으로 독백한다는 것은 극적인 아이러니입니다. 포크너는 yes가 아닌 Yes를 씀으로써 몰리의 독백을 패러디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페넬로페 편이 yes가 아닌 Yes로 시작해서 Yes로 끝날 뿐더러 <율리시즈>라는 위대한 소설 전체가 바로 그 긍정의 말 Yes로 끝나는데, 성sex을 부정하는 퀜틴이, 몇 시간만 있으면 자살할 퀜틴이 자기가 엿본 삼목나무 숲 그네의 환희의 장면을 '긍정'한다는 것은 대단한 아이러니인 것입니다. 보통명사를 대문자로 시작하는 용법이 의미하는 바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 경우에는 humorous한 제스쳐를 의도한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독자는 "the yes Yes Yes yes"에서 "the"를 보고 그것이 무언가를 가리킨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문학을 조금 알고 의식의 흐름을 의식하고 <율리시즈>를 읽은 독자라면 그게 몰리의 독백에서 나오는 것임을 알아차릴 수 있겠지만, 번역으로는 그러기가 불가능할 것입니다. 번역 텍스트에서 그런 점을 암시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그 긍정의 말"이라고는 했지만, 사실은 어림도 없는 시도였습니다. 주석으로 보충해서 다뤘으면 더욱 좋았을 것입니다. 

마릴린 몬로가 망중한, <율리시즈>를 읽고 있습니다. 끝 부분인 것을 보니 위의 동영상 부분을 읽고 있는 듯합니다. <율리시즈>, 어렵기만 할까요? 저는 언젠가는 이해하기 쉬우며 '육중'하지 않은 <율리시즈>를 번역하고 싶습니다. 



Wednesday, January 23, 2013

벤지는 "그들"(골퍼들)이 무엇을 "치는"(9쪽)지 모릅니다. 러스터(대략 17세)가 "꽃나무 옆 풀 속에서 뒤지고 있었다"(10쪽)고 서술하지만 무엇을 뒤지는지 모릅니다. "러스터가 던졌다"(10쪽)고 하지만 무엇을 던지는지, 무엇을 향해 던지는지 모릅니다. (아마 새를 향해 돌을 던졌을 것입니다.)

벤지는 골프의 티tee를 무언가(골프공)를 놓는 테이블table이라고 합니다. 골퍼들이 "캐디"caddie를 부르면 누나 캐디Caddy가 떠오르고 끙끙 신음 소리를 냅니다. 서술 시점은 1928년 4월 7일 벤지의 생일입니다. 캐디는 19년 전 결혼해서 집을 떠나고 없습니다. 벤지는 캐디가 없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합니다. 어떤 막연한 상실감이 그 소리, "캐디!"라는 소리에 호출되어 그의 머릿속에 밀려드는 것입니다. 33살 벤지를 돌봐주는 심술궂은 러스터는 벤지를 놀리기만 합니다.

11쪽 1-2째 줄에서 옷이 못에 걸리자 옛날 기억이 벤지의 머릿속을 차지합니다. 그래서 바로  그 다음 3째 줄에서 1908년 12월 23일에 있었던 일이 벤지의 의식을 차지합니다. 그러니까 벤지가 13살, 캐디가 16살 때, 모리 삼촌(외삼촌)의 심부름 가던 날 있었던 장면입니다. 그때도 같은 곳을 지나가다 옷이 못에 걸렸던 것이죠. 이 시간 이동은 갈색 글씨로 표시됩니다.

Tuesday, January 22, 2013

캐디한테서 나무 냄새가 났다.

<소리와 분노>를 시간과 관련시켜 어렵게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듯합니다. 시간을 다루는 기법이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그게 핵심은 아닙니다. 이 소설의 핵심은 캐디입니다. 포크너의 소설에서 퇴락하는 백인 가정과 흑인 하인들은 이야기의 틀(frame)을 제공해줄 뿐입니다. <소리와 분노>에서는 콤슨 집안의 영락과 하인 (딜지) 깁슨 가족의 수난이 그 틀입니다. 핵심은 캐디입니다. 이 점을 놓치면 소설 전체를 놓치는 것입니다. 현재와 과거라는 시간, 의식의 흐름도 도구일 뿐입니다. 소설의 네 섹션은 모두 캐디를 말하고 있습니다.


물론 벤지 섹션과 퀜틴 섹션의 시간대를 파악하는 것은 조금 노력이 필요합니다. 시간대를 파악하는 단서는 해설에 주어졌습니다. 그 단서는 포크너가 독자를 위해 '심어놓은' 것입니다. 시간대의 어떤 부분은 도움이 필요하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작의를 파악하는 데 필수적인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의미상 고의적으로 모호한 부분들도 많습니다. 이렇게 볼 수도 있고 저렇게 볼 수도 있는 구절이나 문장이 많습니다. 대부분은 번역에서 걸렀지만 살릴 수 있는 것은 살렸습니다. 그런 것들도 작품을 감상하는 데 결정적인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작품 전체에서 캐디를 찾으려고 하면 됩니다. 

Monday, January 21, 2013

인동덩굴


Q: 인동덩굴이 퀜틴이 캐디를 성적 대상으로 느낄 때(근친상간적 욕망) 포크너가 의도적으로 심어 놓은 거라고 배웠는데 이게 맞나요? 또 다른 의미도 있나요?
하나만 더요. (댓글수정이 안된다는... ㅜ.ㅜ) 인동덩굴의 의미에 대해서 공부할 수 있는 책 좀 소개해주세요. 제가 영문과 학생이라서 헤헤,,,

A: 인동덩굴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소설의 인동덩굴은 Lonicera japonica인 것으로 보입니다. 향기가 감미롭고 꿀이 있어서 꿀벌을 끄는 꽃입니다. 소설의 꽃은 아래의 사진과는 달리 아마 노랗거나 흰색일 겁니다. 제가 옛날에 살던 뉴저지의 집 뒷마당 울타리에도 인동덩굴이 무성해서 여름날 저녁이면 그 향기가 은은하게 공기 중에 돌아다니곤 했습니다.



12세기 프랑스의 여류 시인 마리 드 프랑스의  브르타뉴어 설화시에서 인동덩굴과 개암은 불운의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각각 상징합니다. 포크너는 인동덩굴의 향기를 성(sex)의 상징으로 사용했습니다. 로버트 프로스트는 인동덩굴을 열정적인 사랑의 상징으로 쓰기도 했습니다. 원산지인 중국에서 인동덩굴은 정열을 의미한다고 하죠.  유럽의 민담에서 인동덩굴이 집 근처에서 만발하면 1년 내에 결혼식이 있으리라고 합니다. 루벤스는 <인동덩굴 그늘>이라는 그림을 그려 불멸의 사랑에 대한 상징으로 배경에 인동덩굴을 사용했습니다.



본문에서 하나만 예로 들겠습니다.

하지만 나는 울음을 그칠 수 없었다 캐디가 축축하고 단단한 젖가슴에 내 머리를 안고 있었다 캐디의 심장이 쿵쿵거림이 없이 확고하고 천천히 뛰었다 어둠 속 버드나무 숲이 드리운 곳 물살이 콸콸거렸으며 인동덩굴의 물결은 공기 중에 부유(浮游)했다 내 팔과 어깨는 내 몸 밑에 비틀려 있었다 (203:13-17)
but I couldnt stop she held my head against her damp hard breast I could hear her heart going firm and slow now not hammering and the water gurgling among the willows in the dark and waves of henysuckle coming up the air my arm and shoulder were twisted under me (152:24-28)

심장이 안정적으로 (firm) 천천히 (slow) 뛰는 캐디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자 퀜틴의 마음이 누그러집니다. 물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퀜틴은 인동덩굴 냄새에 취해 잠이 드는 듯합니다. 그리고 곧바로 몸에 깔려 있던 팔에 쥐가 난다는 문장이 뒤따릅니다. 이 두 문장 사이에 퀜틴이 잠이 들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서 "내 팔과 어깨 내 몸 밑에 비틀려 있었다"는 사실은 '내 팔과 어깨 내 몸 밑에 비틀려 있었다'가 되어야 더 정확할 것입니다.

뭐야 뭐하는 거야
캐디의 몸에 힘이 들어갔고 나는 몸을 일으켰다 (203:20-21)
what is it what are you doing
her muscles gathered I sat up (152:29-30)

잠을 자고 나자 조금 앞서 있었던 일(캐디의 흙 묻은 엉덩이)과 관련된 죄의식에서 벗어난 퀜틴은 발기한 상태에서 잠이 깬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자 캐디는 "뭐야 뭐하는 거야"라는 반응을 보이며 긴장합니다 - 몸이 경직됩니다. 누워 있던 퀜틴은 발기된 자신을 보고 당황스러워 하며 그것을 숨기려고 일어나 앉습니다.

이렇게 인동덩굴은 성과 사랑, 특히 비극적인 사랑을 암시합니다.

인동덩굴에 대해 따로 다룬 책은 제가 아는 것이 없습니다. 제가 참고한 비평서가 여럿인데 그중 인동덩굴과 관련해서 하나만 꼽자면 Richard C. Moreland가 편집한 A Companion to William Faulkner (Malden, MA: Blackwell, 2007)을 들 수 있겠습니다.

Sunday, January 20, 2013

깃발이 환한 풀과 나무 위에 펄럭였다.

그들이 목초지 저쪽에서 쳤는데 작았다. 나는 울타리를 따라 도로 깃발 있는 데로 갔다. 깃발이 환한 풀과 나무 위에 펄럭였다. (10:3-4)

They were hitting little, across pasture. I went back along the fence to where the flag was. It flapped on the bright grass and the trees. (3:19-21)




원근감이 거의 없는 것으로 생각되는 벤지는 멀리 이동한 골퍼를 보고 '멀리에 있다'고 하지 않고 '작았다'고 말합니다. 골퍼가 '작다'는 것일 수도 있고, 스윙 동작이 작게 느껴지는 것을 '작다'고 말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도 역시 'hit'의 목적어는 없습니다. 벤지는 골퍼의 동작이 무엇을 하는 것인지 모르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공간에 대한 벤지의 감각이 정상인과 다르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벤지 섹션에서 bright는 일관되게 형용사 '환하다'로 번역했습니다. 벤지의 어휘는 다양하지 않습니다. 다른 섹션도 마찬가지지만 벤지 섹션의 경우 어휘의 관계망 또는 결속이 끊기지 않게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텍스트에 얽혀 있는 어휘의 관계망을 파악하고 그것이 다른 언어로 옮겨질 때 끊기기 않게 하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텍스트에 퍼져 있는 같은 단어들도 그렇지만 다른 단어들과의 상관관계를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자면 어떤 단어나 구절이 작의를 구성하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평이한 표현과 작가, 작품 특유의 표현을 구분해야 합니다. 이런 것들은 앞으로 계제가 될 때마다 구체적으로 다루게 될 것입니다.)

벤지가 구경하는 울타리 너머의 골프장은 원래 콤슨가가 소유했던 땅으로 Benjy's pasture라고 불렸습니다. 그러나 1928년 이 시점에는 다른 사람의 소유가 되어 있습니다. 1910년 벤지의 큰 형인 퀜틴의 하버드 학자금을 대기 위해 팔았죠.

목초지보다는 초장이라는 말이 이 소설의 pasture 번역어로 더 좋은 것 같습니다. pasture 초장은 시편 23편을 연상시키기 때문인데, 많은 분들에게 '초장'이 생소한가 봅니다. 그래서 부득이 목초지로 바꿨습니다.

Friday, January 18, 2013

"한심해, 서른세 살인데, 이 모양이니. 내가 너한테 그 케이크를 사다주려고 저기 읍내까지 갔다 왔는데. 그만 좀 끙끙해. 오늘밤 공연 보러 가게 은전 좀 같이 찾자."

"Aint you something, thirty three years old, going on that way. After I done went all the way to town to buy you that cake. Hush up that moaning. Aint you going to help me find that quarter so I can go to the show tonight."

부활절 토요일, 화자인 벤지 나이 서른 셋. (참고로 기독교의 예수는 서른셋에 죽었습니다.)

1920년대 남부에서 순회 공연단은 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음악, 연극, 곡예 등을 종합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대공황과 라디오, 텔레비전의 보급으로 인해 서서히 없어졌습니다.



은전은 쿼터(quarter), 즉 25센트. 1920년대 25센트 동전은 은 함유량이 90%나 되었습니다.


울타리 틈 구불구불한 꽃 자리 사이로 그들이 치는 게 보였다.
Through the fence, between the curling flower spaces, I could see them hitting.




소설은 "울타리 틈 구불구불한 꽃 자리 사이로 그들이 치는 게 보였다."로 시작합니다. 소설의 첫 문장을 "울타리"라는 단어로 시작했는데, 별 생각이 없이 그런 것이 아닙니다. "울타리"의 상징적인 의미는 소설 전체에 긴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콤슨가의 아이들은 물리적으로, 정신적으로 모두 갇혀 있는 것입니다. 첫 문장을 되풀이해서 소리  내어 읽으면 리듬이 느껴집니다. 번역은 울타리의 은유와 벤지의 제한된 공간 감각, 그리고 소리 내어 읽을 때의 단순한 시적인 리듬을 살리고자 한 것입니다. 원고는 "울타리 구불구불한 꽃 자리 사이로 그들이 치는 게 보였다."라고 했지만 울타리가 구불구불하다는 것 같다고 하여 결국 "울타리 틈 구불구불한"이라고 고쳤습니다. 

처음에 달았던 각주는 아래와 같습니다. 

벤지의 감각은 정상인과 전혀 다르다. 그에게 세상은 삼차원이 아닌 평면적 그림과 같다. 그 안의 사물은 그림의 화폭을 일부를 차지하는 어떤 “자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림의 “꽃”이 꽃으로 인식되기보다는 그 그림의 공간을 차지하는 한 평면으로 인식된다. “구불구불한 꽃 자리 사이로”에서 “구불구불한” 것은 울타리를 타고 올라간 인동덩굴이며 “꽃 자리”는 그 덩굴 식물이 차지한 자리다. 뒤엉킨 줄기나 꽃 사이로, “꽃(의) 자리” 사이로 ‘울타리 너머’(“꽃 자리 사이”의 다른 자리)를 본다. 

“그리고”라는 등위 접속사가 많이 사용되는 이유는 정신 발달 장애가 있는 벤지의 정신연령이 3살 정도의 어린아이 정도로서, 어린아이에게 특징적인 초보적 문장 나열로 서술되기 때문이다. 

“찾아 헤매고(hunt)” “치고(hit)”와 같은 동사에 목적어가 없는 이유는 벤지의 눈에는 공을 치는 사람의 행동이 목적이 있는 행동으로 인식되지 않기 때문이다. (독자는 한참 후에야 그게 골프공이며 골프를 치는 장면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벤지 섹션 전체에서 서술부는 벤지의 ‘목소리’여서 비문非文과 비정상적 표현이 많지만 대화 부분은 벤지의 귀에 들린 것이 재생되는 것이어서, 서술부와 다르다. 인용되는 대화라 하더라도 의문부호나 느낌표가 사용되지 않는다. 벤지는 들은 것을 그대로 인용할 수는 있지만 다양한 화법의 어조를 구별하지 못하며, 내용을 이해하지도 못한다. 


Thursday, January 17, 2013

소설의 배경




콤슨가의 모델이 된 집입니다. 윌리엄 톰슨이라는 사람의 집인데 1859년에 세워졌습니다. 톰슨은 변호사이자 농장주였는데, 소설 속 네 형제의 아버지 제이슨 콤슨도 역시 전직 변호사이며 대지주의 후손이기도 하지만, 소설은 가세가 이미 기울어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는 시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그리고 있습니다. 소설을 구성하는 네 섹션은 다음과 같습니다.


1. 1928년 4월 7일 (벤지 섹션)

화자인 벤지는 언어 능력이 형성되기 전에 정신연령의 발달이 멈춘 백치다. 포크너는 벤지의 머리에 드나드는 감각을 포착해 그것을 벤지의 언어로 서술한다. 서술의 시간이동이 빈번하다. 크게는 소설이 시작되는 때인 성년기, 그리고 유년기와 청소년기로 나뉘는데 각각 그를 돌보는 흑인인 러스터, 버시, 티피를 지표로 구별할 수 있다. 시간이동은 대개 다른 색상의 서체로 표시되지만 그렇지 않은 데도 있다. 물음표나 느낌표도 없다. 벤지의 언어는 이상하여 우리는 평소의 독서 습관을 유보하고 언어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벤지가 말하지 못하는 것을 보충하며 그와의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 서술에 참여해 이야기를 재구성할 것을 요청받는다. 벤지 섹션이 시작되는 날은 부활절 토요일이다.

2. 1910년 6월 2일 (퀜틴 섹션)

화자인 퀜틴은 벤지와 달리 표현력이 풍부하다. 하버드에 재학 중인 그는 죽음과 누이동생 캐디를 사랑한다. 그는 과거에 집착하며 시간을 망각하고자 한다. 벤지 섹션과는 달리 시간대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고 과거의 시간들과 현재가 의식의 흐름에 휩쓸리며 혼재하기도 한다. 잠깐 과거에 잠겼다가 현재로 돌아오는가 하면, 때로는 깊이 침잠하는데, 문장의 구분이 없어지고 구두점들이 보이지 않는 정도로 그 깊이를 짐작해볼 수 있다. 과거는 그를 통해 서술로 재생되기도 하지만 상상의 산물일 수도 있다. 하버드에서의 일, 누이 캐디의 결혼식, 누이의 애인 에임스, 나탈리와의 성적 유희, 할머니의 죽음이 중심이 된다.

3. 1928년 4월 6일 (제이슨 섹션)

콤슨가의 셋째 제이슨이 화자다. 아버지가 죽고 형 퀜틴이 자살하고 누나 캐디도 집에 없어 어머니와 동생 벤지, 캐디의 딸 퀜틴(사생아)을 책임지는 가장 노릇을 한다. 그는 자기를 갓난아이 때부터 키워준 흑인 요리사이자 유모인 딜지와 특이한 역학관계에 있다. 제이슨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을 때는 조심해야 한다. 그가 거짓말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희생자라고 생각하는 그는 강박적으로 지껄인다. 제이슨의 서술은 물론 포크너가 썼지만 다른 섹션과 마찬가지로 화자는 포크너가 아님을 잊지 말아야 한다.

4. 1928년 4월 8일 (딜지 섹션)

작가의 전지자적 시점에서 쓰였다. 딜지를 중심인물로 다루기 때문에 편의상 딜지 섹션으로 불린다. 이 섹션을 통해 우리는 콤슨가를 비교적 객관적인 눈으로 볼 수 있다. 벤지와 퀜틴과 제이슨이 말하지 못한 것을 딜지 섹션은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