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February 8, 2013

도랑의 뼈: 중첩된 인상.

이 책을 읽은 지인들이 간혹 질문을 합니다. 오늘 받은 질문은 아래에 인용하는 단락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검은 도랑에 덩굴이 있었는데, 그 도랑에서 뼈들이 둥그렇게 나와 달빛과 합쳐졌다. 그 모양들이 일부 멈추어 있었다. 그러더니 그 모양들이 모두 멈추었고 어두워졌고, 내가 멈추었다가 다시 시작하려 했을 때 엄마 소리가 들렸고 또 발이 빨리 걸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또 냄새가 났다. 그러고 나서 그 방이 왔지만 내 눈이 감겼다. 나는 멈추지 않았다. 그 냄새가 났다. 티피가 침대보 핀을 풀었다. (47:7-12)
The bones rounded out of the ditch, where the dark vines were in the black ditch, into the moonlight, like some of the shapes had stopped. Then they all stopped and it was dark, and when I stopped to start again I could hear Mother, and feet walking fast away, and I could smell it. Then the room came, but my eyes went shut. I didn't stop. I could smell it. T. P. unpinned the bed clothes. (33:31-34:5)


1910년 퀜틴이 자살한 뒤의 일입니다. 바로 이 전의 단락은 1900년 다머디 할머니가 죽었을 때의 에피소드입니다. 그런데 이 단락으로 넘어오며 시간대가 바뀌었어도 서체의 변화가 없지요. 벤지 섹션에서 그런 신호가 없이 시간 이동이 일어나는 몇 안 되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아마도 앞선 단락과의 관계가 너무 밀접하고 어둠 속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1910년이면 벤지는 15살 때이죠. 아마도 5살 때의 일과 15살 때의 일이 성인인 벤지의 머릿속에는 같은 시기로 느껴진다는 것을 표시하려는 장치일 것입니다. 티피의 나이는 벤지와 비슷합니다. 티피가 나오는 걸로 봐서도 벤지가 청소년기라는 것을 알 수 있죠.

“뼈들이 둥그렇게 나와 달빛과 합쳐졌다"고 하는데, 이것은 허옇게 드러난 뼈가 발하는 부연 인광이 발하는 빛이 그 주변에 둥그스름하게 형성되는 모양일 것입니다. “모양들이……멈추어” 있다는 것은 벤지가 좋아하는 난로의 불길처럼 그게 움직이지 않고 정적임을 인식하는 말이겠습니다. “그 모양들이 모두”는 벽난로의 불일 수도 있고요. 그 난로의 문이 닫히거나 하여 갑자기 시야가 차단되어 “어두워”졌을 때 “다시” 울기 “시작”하는 순간의 기억과 집안이 어수선한 기억이 겹치며, 엄마가 사용하는 캠퍼 약 “냄새”도 어우러집니다. 여러 감각의 인상들이 밀집해 있는 단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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