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February 9, 2013


날이 제법 춥지만 오늘은 강을 찾아 하루를 보냈습니다. 소싯적에는 겨울을 좋아해서 닥터 지바고의 설원에서의 생활을 동경했는데 이제는 따뜻한 곳을 동경하게 됩니다. 이번 겨울에는 평생 입지 않던 속바지마저 처음으로 입었습니다.

너와 나 우리 둘 (156:9)
강을 굽어보며 퀜틴을 생각했습니다. 저절로 생각이 났습니다. 그가 찰스 강에 몸을 던져 자살해서 그랬을 겁니다. 퀜틴 섹션 번역에 가장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기도 했고요. 나머지 세 섹션 번역하는 시간 모두를 합한 것보다 더 오래 걸린 것 같습니다. 강을 굽어보며 개울가를 생각했고 퀜틴이 내려다본 강을 생각했습니다. 이 블로그의 배경도 물입니다. 퀜틴 때문에 일부러 이런 배경을 쓴 것입니다. 퀜틴이 이렇게 독백합니다.

... 내 그림자가 물 위에 납작하게 기대어 있다.... 그림자를 물속에 넣어 지워 없애도록 그림자가 익사할 때까지 붙들어둘 수 있는 게 있으면 좋으련만... [물 위의] 부서진 그림자의 파편들은 반쯤 물에 잠겨 바다로, 동굴로, 바다의 그림 같은 동굴로 흘러나가며 정화되고 있었다. (120쪽)
...my shadow leaning flat upon the water... if I only had something to blot it into the water, holding it until it was drowned... debris half submerged, healing out to the sea and the caverns and the grottoes of the sea. (90)

캐디한테서 나무 냄새가 났다.

돌아오는 길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황혼 너머에서 굽이굽이 흐르는 강물 냄새가 나더니 깨진 거울 조각들처럼 간석지에 비치는, 반듯이 누운 평온한 마지막 햇빛이 보였다. 그리고 그 너머의 불빛들이 희부연 맑은 공기를 뚫고 보이기 시작하더니 먼 곳에서 날아다니는 나비들처럼 파르르 떨었다. (226:10-14) 
I could hear the curves of the river beyond the dusk and I saw the last light supine and tranquil upon tideflats like pieces of broken mirror, then beyond them lights began in the pale clear air, trembling a little like butterflies hovering a long way off. (170:14-18)


퀜틴 섹션에 수수께끼 같은 부분들이 많죠? 그럴 만한 곳을 제가 차차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알쏭달쏭한 구절이 있으시면 주저하지 말고 질문해주세요. 제가 아는 한 최대한 답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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